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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2025 회고 (2) : 올해의 요리와 미식"
date: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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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회고 (2) : 올해의 요리와 미식

## 올해의 요리 (요리한 순서)

가장 사랑하지만 가장 많이 덜어내야 했던 취미인 요리. 한 번 한 번의 기회가 소중했고, 그래서 그런지 외려 인생에서 요리의 빈도가 가장 잦았던 작년 대비 실력이 늘었음을 체감한다. 특히 타인에게 대접할 때의 안정성이 진일보했음에 크게 만족하는 한 해였다.

### 스테이크 다이앤

![](/thoughts/media/retrospective-2025-2/image-01.jpg)

요리는 무릇 좋아하는 이들에게 해줄 때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가 가장 뿌듯한 법인데 이상하게 가족이 아닌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줄 때면 긴장한 탓인지 본래 실력이 안 나왔다. 특히 작년에 초대에 적합한 영등포 자취방으로 이사한 이후 친구와 지인들에게 요리를 제법 많이 해줬는데 밥이 설익거나, 간이 맞지 않거나, 고기가 오버쿡/언더쿡 되거나, 플레이팅이 엉망이거나 등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성에 차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던 차 올 초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함께 나오고 자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불쌍한) 두 친구를 불러 신년회 느낌으로 요리를 해줬고 육식맨 영상에서 인상 깊게 본 스테이크 다이앤을 안심 => 부채살로 바꾸어 준비했는데, 이게 웬걸 스테이크의 굽기도 완벽한 미디엄 레어였고 소스의 간도 완벽했다. 애초에 굉장히 맛있는 요리이기도 한 것 같거니와... 아마 모든 방구석 요리사들이 공감하겠지만 자고로 타인에게 요리를 해줄 때에는 안 좋은 지점이 먼저 보이기도 하고 요리에 대한 악평이 두렵기도 한 나머지 "아 간이 좀 싱겁네" "고기가 너무 익었네" "후추를 너무 많이 넣었네" 등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선수를 치는 것이 당연지사인데(그리고 "맛있는데?" "하나도 안 싱거운데?" 등의 의례적 반응을 은근히 기대한다), 보험이 필요 없는 요리였다. 굳이 따지자면 지저분한 플레이팅 정도...

### 연어 오이 타르타르

![](/thoughts/media/retrospective-2025-2/image-02.jpg)

원체 I인 나로서는 파티라는 단어가 영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한 술 더 떠 파티를 호스팅 하는 일은 상상한 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인생이 예상대로 풀리는 일이 없는 법. 올 초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 맨땅에서 돈 벌기 미션을 할 적에 네트워킹 파티의 탈을 쓴 16:16 로테이션 소개팅을 몇몇 동아리원과 함께 주최했고 엄청 잘 벌었다. 이때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위해 따로 케이터링을 부르지 않고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했는데, 핑거푸드로 괜찮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궁리하다가 1)전형적인 네트워킹 음식에 해당하는 토마토-바질-모짜렐라 + 발사믹 꼬치와 2)고급진 브랜딩을 목적으로 한 연어 타르타르를 준비했다.

그간 타인에게 요리를 대접한 적이 수십 번을 넘지만 친구 두어 명 혹은 가족에게 해주는 것이 고작이었던지라 머릿수가 넷을 넘어간 적이 없었는데, 한 사람 앞에 할당된 portion이 작다지만 32명이 오는 파티였던 터라 꽤나 애를 먹었다. 손질할 재료의 양이 원체 많으니 이를테면 연어와 오이를 다이스 치는 것만 해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노량진까지 가 연어 필렛을 산 후 맛술에 절인 다시마에 하룻밤 숙성한 보람이 있었는지 맛은 괜찮았다. 쿠팡에서 산 냉동 미니 에그타르트 생지도 제 역할을 했고... 이렇게 30인분을 해보고 나서 흑백요리사 팀전을 보면 존경심이 배가된다. 임짱 당신은 대체

절대적인 맛으로만 따지면 이것보다 맛있었던 요리가 몇 있었지만 방구석 요리사로서 꽤나 의미 있는 경험이었기에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상술했듯 이리 많은 사람에게 대접하는 일이 그 자체로 특별했고, 파티 장소로 와인바를 빌렸던지라 따로 불을 쓰지는 않았지만 소위 업장에서 요리를 해볼 수 있어 이 또한 자아실현을 미리 하는 듯한, 마치 늦깎이 키자니아같은 인상을 받아 즐거웠고, 파티 후 뒤풀이에서 파티 참가자들로부터 '전문 업체를 부른 줄 알았다' '이걸 직접 하셨다니 대단하다'와 같은 칭찬을 듣고 박수를 받은 것도 참으로 뿌듯했다.

### 양고기 오소부코

![](/thoughts/media/retrospective-2025-2/image-03.jpg)

오소부코(Ossobuco)란 '속이 빈 뼈'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이탈리아에서 뼈가 붙은 송아지 정강이살을 와인과 함께 조리해 사프란 리조또 혹은 폴렌타 등에 곁들여 먹는 요리를 일컫는다. 오소부코라는 요리를 유튜브에서 처음 접하고 이건 정말 맛있겠다 싶어서 이탈리아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손질된 송아지 혹은 소의 정강이 고기를 파나 찾아봤는데 결국 찾지 못해 꿈을 접고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언제였던가 쿠팡에서 발견형 쇼핑을 하는 정신 나간 짓거리를 일삼던 중 우연히 같은 방식으로 손질된 양 다리 고기가 눈에 들어왔고 그 길로 필요한 재료들을 몽땅 구매해 여유로운 주말에 요리한 후 와인을 곁들였다.

사실 미르푸아(양파, 당근, 샐러리)와 토마토, 와인과 비프 스톡으로 국물을 내 고기를 뭉근하게 익힌다는 개념은 라구의 그것과 동일해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라구를 워낙 좋아하기에 그 정도 수준에 이르리라는 기대는 있었다만 라구와 다른 차원의 무엇이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웬걸 내 기준 라구에 비해 훨씬 뛰어난 고기 요리였다. 첫째로 골수의 역할이 컸는데, 이 요리에 '속이 빈 뼈'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오랜 시간 조리하며 다리뼈의 단면에서 골수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두세 시간 이상 끓이다 보니 골수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뭉개져 국물에 녹아들게 되고 이 '본 매로우'로부터 기인하는 녹진한 맛이 장난 아니다. 둘째로 파슬리 + 다진 마늘 + 레몬 제스트를 섞어 올리는 그레몰라타와의 조합이 환상이었는데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맛의 빈틈을 날카롭게 찔러주니 끊임없이 들어간다. 라구에도 파슬리 정도야 뿌린다만 오히려 버터를 넣고 치즈를 뿌리는 등 리치함의 극단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 밸런스가 훨씬 좋았다.

### 스파게티 알라 네라노

![](/thoughts/media/retrospective-2025-2/image-04.jpg)

이건 일종의 창작 내지는 응용 요리였다. 원래 스파게티 알라 네라노(Spaghetti alla Nerano)는 '네라노'라는 나폴리 근처 해변가 마을에서 유래한 파스타로, 쉽게 말하면 알리오 올리오에 치즈와 바질, 결정적으로 튀긴 주키니를 더한 요리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이름을 알린 배우 스탠리 투치가 사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파스타.

원래는 오리지널 버전을 시도할 심산으로 재료를 샀었다. 그러던 중 즐겨보는 요리 유튜버인 미뇨끼 채널에서 애호박을 갈아 리조또 소스의 베이스로 사용하는 방법을 영상으로 올렸고, 그렇다면 둘을 합쳐보는 것이 대단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올리브유에 주키니와 양파, 마늘을 볶은 후 핸드블렌더로 갈아 소스를 만들었고, 남은 주키니는 올리브유에 바짝 튀겨 준비해 기존 스파게티 알라 네라노의 조리법을 따랐다. 사실 주키니 자체가 가진 맛이 대단히 연한 탓에 주키니를 간 소스가 '크리미함' 이상의 대단한 역할을 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이것이 오리지널과 큰 차이가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허나 튀긴 주키니와 바질의 조합이 정말이지 대박이었는데, 아무것도 묻히지 않고 튀긴 주키니가 이 정도로 맛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그런데 이 요리와 관련하여 더욱 기분이 좋아졌던 사건이 있었다. 이 요리를 만든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유일하게 챙겨보는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안티모'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출신 미슐랭 1스타 셰프가 출연했는데, 애호박을 갈아 넣은 애호박 크림 소스 + 튀긴 애호박의 조합으로 나랑 정확히 같은 아이디어의 요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는 15분 걸렸고 나는 1시간은 족히 걸렸겠지만 서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일종의 수렴 진화로서 미슐랭 1스타 셰프와 동일한 지점에 다다랐음이 정말 기뻤다. 이날 이후로 진지하게 내가 요리의 길을 걸었더라면 어디까지 갔을까 하는 망상 내지는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되었고 요새 맨날 엄마한테 내가 요리사 했으면 손종원 지금 저 자리에 없었다는 식의 농을 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 달마새우 비스크 파스타(를 포함한 크리스마스 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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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새우 타르타르 -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 달마새우 비스크 파스타 - 연어 솥밥까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과 당일 점심의 식사를 도맡았다. 올 한 해는 지나치게 바빴던 나머지 방구석 요리사로서의 자아를 펼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가지는 1박 2일의 여유에 좋아하는 사람을 대접할 겸 매력 어필할 겸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취미로 힐링할 겸 실력 발휘를 해보았다. "이거 어디 레스토랑이야?"라는 DM 1건 이상 받기를 목표로 스토리를 올렸는데 1)요리 스토리를 하도 올려대서 익숙해진 탓인지, 2)정말로 식당에서 먹은 것으로 오해한 탓인지, 3)그냥 딱히 내게 DM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탓인지 여하튼 DM이 많이 안 와서 슬펐다ㅜㅜ 비주얼 역대급이었는데...

새우 타르타르에는 올리브오일이 부족해 조금 끈적했고, 오리 가슴살에는 간이 조금 덜 배었고, 비스크 파스타에 올린 감태 오일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연어 솥밥의 경우 연어가 오버쿡되고 팽이버섯에 넣지 말았어야 할 물을 넣는 등 소소한 쿡 미스야 있었지만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대접한 요리 중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퀄리티가 좋지 않았나 싶다. 내 기준에서 모두 70-80점 사이는 줄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 쿡 미스를 잘 조절한 버전이라면 웬만한 와인바에서 냈어도 이 집 잘하네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는 됐던 것 같다.

넷 중에 내 기준 베스트를 뽑으라면 달마새우 비스크 파스타였는데, 비스크야 몇 번 뽑아봤지만 항상 왜인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었다. 당근과 샐러리에서 나는 맛이 안 좋게 느껴졌고, 오묘한 새우깡 맛도 거슬렸고, 비스크의 맛 자체가 섬세하다 보니 크림을 섞으면 오히려 K-까르보나라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파와 마늘로만 육수 내고, 새우도 태우지 않고 볶고, 결정적으로 껍질과 머리 모두를 갈아버려서 체에 내린 뒤 크림 아닌 버터로 농도를 잡았다. 덕분에 호불호야 갈리겠지만 거의 게장 맛에 가깝다고 할만한 녹진한 소스가 완성되었고, 퀄리티 좋은 원물과도 합이 좋았다. 봉골레 말고 비스크를 시그니처 파스타로 밀어볼까 고민 중인데 무언가 킥이 없어서 고도화의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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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미식 (방문한 순서)

### 면서울, 고사리면

![](/thoughts/media/retrospective-2025-2/image-10.jpg)

:::place {"address":"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805 1층","latitude":"37.5241152","longitude":"127.0390649","name":"면서울","telephone":"0507-1449-8878"}

구태여 순위를 매기자면 이 리스트에서 말석이다. 미식 경험의 관점에서 대단히 뛰어나고 독창적인 음식이며 식당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절대적인 맛을 정량화할 수 있다면 올 한 해 먹은 음식 중 더 맛있는 것들이 몇 있었던 탓이다. 노량진 가서 먹은 킹크랩과 여름 민어회, 상하이에서 먹은 양꼬치와 홍미 창펀, 형편없었던 소개팅에서 유일하게 건졌던 아마트리치아나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니까 당장 내일 저녁에 다시 먹으라면 이것 말고 위에 열거한 음식 중 하나를 먹을 것 같다.

그러나 면서울의 고사리면은 말하자면 미식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워 준 음식이었는데, 방구석 요리사로서 가지고 있었던 요리에 대한 철학 중 하나는 간의 측면에서 최적해는 오직 하나라는 생각이었다. 다시 말해 x축이 염도, y축이 맛인 그래프를 그린다면 그것이 어떤 음식이든 - 제육볶음이든, 들기름 막국수든, 알리오 올리오든 - 극댓값에 해당하는 염도는 globally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면서울의 고사리면이 이러한 인식을 깨뜨렸다. 이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싱거운 국수다. 이것보다 간을 훨씬 더 세게 해야지만 보편적으로 '올바른 간'이라고 여겨질 맛이 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간이 조금 세거나 조금 약하다고 해서 이것보다 맛있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또 다른 극댓값이 존재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일깨워 줬다.

그나저나 졸귀탱 마시마로 아저씨가 흑백요리사 1과 2 모두에서 너무 일찍 떨어져서 슬프다. 그깟 면의 식감이가 뭐라고... 두쫀쿠도 제대로 못 만드는 주제에

### 알부자, 알찜

![](/thoughts/media/retrospective-2025-2/image-11.jpg)

:::place {"address":"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98길 14 1층 알부자","latitude":"37.5007176","longitude":"127.0278213","name":"알부자","telephone":"0507-1362-4629"}

당근 다니며 한창 힘들어 하던 시절 막역한 고등학교 친구와 만나 소주 한잔하며 간만에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안온한 시간을 보냈던 겨울밤의 분위기가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다. 정말로 리스트에 오른 다른 음식들에 비해 덜 특별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같이 먹는 사람 그리고 그날의 바이브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 미식이기도 하고, 이를 차치하고 보더라도 1시간 이상 극악의 웨이팅의 가치를 차고 넘치게 증명하는 훌륭한 맛이었다. 알탕, 알곤이 찜 이런 유의 음식을 원체 좋아해 많이도 먹어봤는데 살면서 먹어본 알 중 가장 크고 맛있었다. 사장님 말로는 참치 알이라는데 과연..?

### 오사카나토 소멘 이자카야 신, 옥돔 우로코야키

![](/thoughts/media/retrospective-2025-2/image-12.jpg)

요리하는 돌아이가 흑백요리사 1라운드에서 만들었던 그리고 그깟 염화나트륨 때문에 보류를 받았던 요리로도 유명한 옥돔 우로코야키. 여기 사장님은 영리하게도 윤남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소금을 찍어 먹게끔 했다. (참고로 우로코야키는 비늘을 살려서 구워내는 요리법을 의미한다)

이름이 '오사카'로 시작하지만 후쿠오카에 있는 이자카야다 - 실제로 오사카/나토 가 아닌, 오/사카나/토. 후쿠오카 여행 마지막 날 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차, 원래 생각했던 Plan A와 Plan B가 모두 갑작스레 성에 차지 않아 분주하게 찾아보던 중 구글 맵에서 평점 4.8 이자카야를 발견하고 급하게 인스타 DM으로 예약했던 곳. 한국 사람들도 한국어 메뉴판도 없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한들 어차피 나마비루 히토쯔만 알면 일본 여행 만사형통인지라...

후쿠오카에서 특히 유명한 고마사바, 표고버섯 조림, 사시미 모리아와세, 닭 간 회, 치킨 난반 등 이것저것 시켰는데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맛있었다. 그중에서도 베스트가 바로 이 옥돔 우로코야키. 이 완벽한 디쉬에 이런 저렴한 표현이 허용된다면 정말 고급진 교촌치킨 오리지널의 맛이 났다. 엄마가 특히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 더욱 정이 가는 메뉴.

### 치앙마이 The White Rabbit, Kasi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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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넘버원 바에서 만난 2n년 인생 최고의 칵테일. 비행기 탈 때까지 시간이 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차, 마침 근처에 치앙마이 베스트 바로 선정된 바가 있기에 무작정 들어가 가장 Thai 느낌이 강한 칵테일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해서 마셨다. 재료는 태국산 프라야 럼 8년, 타이 차로 만든 스위트 베르무스, 로젤 시럽, 비터, 흑후추, 그리고 표고버섯. 이 정도 수준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럼과 베르무스는 칵테일에서 통용되는 조합이 아니다. 당장 베르무스가 들어가는 유명한 칵테일을 떠올려 보자면 마티니는 진 혹은 보드카, 네그로니는 진과 캄파리, 맨하탄은 위스키, 불바디에는 위스키와 캄파리와 합을 맞춘다. 팔메토라는 럼 + 베르무스 베이스의 클래식 칵테일이 있긴 하지만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편. 그런데 숙성 연수가 긴 다시 말해 위스키에 가까운 럼을 사용한 탓인지 달달한 맨하탄에 가까운 맛이 났다. 안성재도 아니고 모든 향의 레이어를 하나하나 분간할 수는 없겠다만 타이 차와 로젤 시럽도 이국적인 뉘앙스를 더하는 데에 한몫했을 게다.

그런데 진짜 킥은 후추와 표고버섯. 표고버섯과 후추가 절묘하게 얼음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그래서 마실 때마다 후추 알갱이들과 표고버섯이 입에 닿게 된다. 표고버섯이 아마 시럽으로 추정되는 무언가에 절여져 있었는데, 후추의 매운맛 + 표고버섯의 감칠맛 + 시럽의 단맛이 이를 제외한 칵테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맛과 섞여 들어올 때의 향과 맛이 그야말로 극락. INTJ로서 이렇게 철저하게 설계된 미식 경험을 쓸데없이 해체 분석할 때의 쾌감이 장난 아니다. 여하튼 아시아 베스트 바 2위인 압구정 '제스트'에서 마셨던 간장 버터 칵테일이 올타임 베스트였건만 그걸 넘어섰다.

### 군몽, 병어 구이 (오늘의 생선)

![](/thoughts/media/retrospective-2025-2/image-14.jpg)

:::place {"address":"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대로27가길 15 2층 군몽","latitude":"37.5373937","longitude":"127.0029219","name":"군몽","telephone":"070-8287-0437"}

흑백요리사 시즌 1에서 에드워드 리에게 1:1 미션에서 패배한 '고기깡패' 데이비드 리 아조씨의 식당. 닉네임은 고기깡패였건만 이게 웬걸, 기대를 잔뜩 했던 스테이크도 물론 맛있었지만 다른 식당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이었다면 생선 요리는 정말이지 천상의 맛이었다. 뵈르블랑 베이스에 허브, 과일의 단맛, 케이퍼의 산미 이것저것 녹아있는 소스도 맛있었지만 병어의 간, 식감, 굽기 - 안성재 식으로 말하자면 퀴송(Cuisson) - 그리고 무엇보다 직화로 구워낸 생선만이 줄 수 있는 향과 맛이 정말로 압도적. 승우아빠 유튜브에서 '여기는 생선 맛집이다'라고 극찬하는 것을 보고 홍대병 화법의 일종인가 생각했건만 정말일 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