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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26년 3월의 생각들"
date: "2026.03.29"
source: "naver"
sourceUrl: "https://blog.naver.com/kilo_hotel_juliet/22423361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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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 3월의 생각들

## 사업 이야기

![느렸죠?](/thoughts/media/thoughts-2026-03/image-01.jpg)
_느렸죠?_

1. 첫 매출을 냈다. 법인을 세운 지 두 달 반, 공동창업자 H와 팀을 처음 꾸렸을 적으로부터 일 년이 지나기까지 약간 모자란 시점이었다. 젠슨 황 아저씨는 창업하고 첫 매출을 낼 때까지 3년인가 걸렸으니 내가 이긴 셈이다.

법인통장에 입금된 100만 원을 보는 순간 그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그럴 줄로 알았건만 생각보다 무덤덤한 나 자신에 놀랐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니 작다면 작은 첫 매출이 참 사랑스럽고 뿌듯해졌다. 지금까지의 사업은 일정한 속도로 밥값과 AI 비용을 축내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를 처음으로 유의미하게 늦출 수 있음에 감회가 새로웠다. BEP를 맞추고 흑자가 나는 날이면 완전히 새로운 감정이 찾아올 것 같다 - 물론 그쯤이면 PMF를 찾았다는 이야기고 그렇다면 어마어마하게 바빠질 터이니 감상에 빠질 시간도 없을 것이다.

작년에 SNUSV에서 10만원으로 맨땅에서 돈 벌기 프로젝트 할 때도 느꼈지만 기존에 누군가 깔아놓은 판과 밟아본 길이 아닌 곳에서 남의 지갑을 열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코딩 과외를 하며, 회사를 다니며, 수학 문제를 만들며 월에 수백만 원 버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돈 버는 게 이리도 어려울 줄 꿈에도 몰랐다. 학회 활동을 하거나 주식 투자를 하면서 수십수백억 파는 회사쯤은 별거 아닌 양 치부하게 되는 이상한 오만이 생겼는데, 근 1년을 거치며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게 되었다. 설령 그 회사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한들 말도 안 되게 대단한 거다. 허구한 날 "좆소 사장 레전드... txt"로 올라오는 썰의 주인공인, 도대체 저런 사람이 실존하나 싶은 중소기업 사장님들도 진짜 대단한 거다.

브랜드 사이드에서도 벌고, 크리에이터 사이드에서도 드디어 유료 전환에 성공해 합치면 대략 130만 원 정도의 매출을 냈다. 100조 기업을 만들려면 후하게 PSR 20배를 받는다 쳐도 연에 5조, 월에 4,000억은 팔아야 한다. 다시 말해 대략 30만 배 성장해야 한다. 10년 내에 달성하려면 '한 달도 빠짐없이' MoM 11.1% 성장을 기록하면 되고, 15년 내에 달성하려면 역시 '한 달도 빠짐없이' MoM 7.3% 성장을 기록하면 된다. 다만 스타트업의 성장이 이리 예쁠 리 없어 실제로 달성한다 한들 어떤 달은 두세 배씩 성장하고, 그 뒤로 몇 달은 횡보하는 식일 것이다. 그러나 나라는 개인은 이처럼 꾸준히 예쁜 지수함수를 그리며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의 역량과 회사를 대표하는 숫자 간 상관계수가 1이 될 수는 없지만 어쨌건 0.7은 넘을 것 아닌가? 그러므로 이전 달의 나보다 10% 이상 나아지도록 매번 마음을 다잡고 반성해야 한다.

## 이것저것

![그깟 연기 그깟 노래](/thoughts/media/thoughts-2026-03/image-02.gif)
_그깟 연기 그깟 노래_

2. 요새 독서가 너무 재미있다. 내 독서 기록, 블로그 글 이런 것들이 몽땅 파일화되어 있으며 + 계속 쌓이고 있다 보니,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 내가 요새 하는 생각과 일을 토대로 클로드로부터 잘 맞는 책을 추천받고 함께 독서 계획을 짜는데 타율도 좋고 무척이나 재미있다. 어느덧 교보문고 장바구니에 130권 이상의 책이 담겼고 금액으로 따지면 300만 원을 넘어간다. 죽기 전까지 절대 다 못 읽겠지. 수많은 탁월한 텍스트를 인생의 유한함으로 인해 무한으로 즐길 수 없음이 못내 아쉽다. 빌 게이츠가 그러했듯 반기에 한 번쯤은 속세와의 연결을 끊고 책만 미친 듯이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물론 나는 그와 다르게 카리브해의 작은 섬으로 떠나지 않고 정말 책만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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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이룬 것 하나 없으면서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후지고, 이 사람은 이래서 별로고, 저 사람은 저래서 멍청하고, 평론가로서의 자질만 늘었다. 이전에도 인용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명언 - "It Is Not the Critic Who Counts" - 을 잊지 말자. 방시혁 의장은 분노로 하이브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결핍과 증오는 구분해야 한다. 동질적인 불특정 다수를 미워하는 것쯤이야 분노로 치부하고 나름 그럴듯한 동인이 될 수 있지만, 특정 소수를 미워하는 것은 건강할 수 없다. 정말로 나보다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린 멍청한 결정을 미워하는 것이라면 애초에 그들의 의견을 신경 쓸 이유가 있는가? 자신의 퍼포먼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만 쪼잔해지자. 마이클 조던처럼.

3-2. 비교는 독이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블랙핑크 지수처럼 살아야 한다. 물론 그녀도 수천만 명의 인스타 팔로워를 거느린 슈퍼스타지만 하필 같은 팀에 제니 로제 리사가 있는 탓에, 정상적인 멘탈이라면 열등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다. 나였으면 지수로 절대 못 산다. 솔로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아직 명확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본인의 처지를 비관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지수는 ISTP인 탓인지 본인이 압도적으로 예쁜 탓인지 속은 모르겠지만 비추어지는 모습만 보면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비교로 정신을 좀먹게 만드는 악취미를 가진 나 또한 본받아야 한다. 때로는 내 위치를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으로도 바라보기, 내 장점을 다른 사람의 장점보다 사랑해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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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것인데 같은 맥락에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키노트도 추가됐다. 한국의 창업가로서 오히려 이쪽이 더 영광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최근에 키노트를 한 분들, 토스 이승건 대표, APR 김병훈 대표, 이런 분들은 정말이지 우리 시대의 정주영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이어야 했던 성공을 일궈낸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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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수동 소문난감자탕 부지가 평당 5.5억으로 총 1,000억에 팔렸는데 떠도는 소문으로는 매수자가 크래프톤이라고 한다. 이전부터 성수 부지를 꾸준히 매입해 왔던 크래프톤인데, 무신사와 크래프톤 간 성수 대전이 펼쳐지는 걸까? 트럼프 덕에 바겐세일 중인 메타 줍줍할 현금도 없어 그림의 떡이지만, 만약 국장에 투자를 할 수 있고 단 하나의 기업만 담아야 한다면 크래프톤을 살 것 같다. 1)투자 관련 정량적 수치에는 문외한이고 계량적으로 투자를 하지는 않지만 동종업계 기준 저평가 상태이고, 2)AI 시대에 소프트웨어는 대체되겠지만 게임은 '사람이 직접 engage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네트워크'를 지닌 소프트웨어이기에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3)더블랙레이블에 투자하고 성수 땅을 사는 등의 행보가 Post-AGI 시대에 크래프톤이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인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지배한다'라는 방향성과 정확히 얼라인되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 시대의 정주영으로서 언급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장병규 의장이 아닐까?

## AI와 시대 변화

![](/thoughts/media/thoughts-2026-03/image-03.png)

6-1. 링크드인을 끊었을 때 놓치는 것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아서 요새는 가끔 링크드인과 X 정도만 보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눈꼴신 AI 관련 글들이 너무 많다. 특히 이해가 안 가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며 심지어 좋은 반응을 얻곤 하는 글의 종류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a. 본인 또는 본인이 소속된 조직의 토큰 사용량 자랑하기 : 이건 말하자면 요리 유튜버 썸네일에 걸린 '100시간 끓인 라구 소스' 같은 거다. 혹은 프로그램의 코드 라인 수 같은 거다. 맛이 나고 무언가 돌아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겠지만, 같은 퍼포먼스라면 당연히 덜 들이는 편이 낫다. 우리 1억 토큰 썼어 - so what? 자랑의 대상은 토큰의 사용량이 아닌 결과물이 되어야 함이 자명하다. 비즈니스 임팩트, 하다못해 프로덕트 임팩트와도 연관을 맺지 못하는 토큰 사용은 그야말로 공허하다.

b. AI는 이러이러한 (심지어 앞뒤도 맞지 않는) 이유로 한계가 있다고 단언하기 : 다른 사람들에 기생해 밥 벌어먹는 어설픈 직함 걸어놓고 AI는 환각이 많아서, 보안이 문제라서, 창의성이 부족해서 아직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트랜스포머 기반 LLM의 한계야 분명하지만 애초에 LLM조차 제대로 써보지 않았으면서 다 안 된단다. Contrarian Secret과 보수성을 혼동하는 꼴은 한심하다. 설령 그들의 말이 지금의 시점에서 정답이라 한들 어차피 미래는 적당한 낙관주의자의 편이다.

c. AI-native 조직이라고 우기기 : agent.md 주입시킨 slack bot 페르소나 몇 개 만들어서 대화 시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claude code 스킬 몇 개를 쓰는 것을 자랑인 양 전시해 놓고 이미 자신의 조직은 AI-Native로 움직이고 있다고 떠벌린다. 한 술 더 떠 그 노하우를 PDF로 만들어 판단다! 애초에 진정으로 AI-Native한 조직이라면 슬랙에서 봇들끼리 떠드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을까 싶다. 제1원칙 사고를 할 의지 또는 능력이 없는 거다.

6-2. 위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로, 올해 하반기 즈음 어떤 조직에서 Notion과 Slack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분명 가장 생산성이 높은 일군의 조직에 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중요한 사내 맥락이 여전히 인간의 뇌에 축적되고, 이로부터 시작되는 피드백 루프 또한 인간의 사고력 바운더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같은 논지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조직은 모든 조직원들이 녹음기를 몸에 달고 다닐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입으로만 떠들 때 어디선가는 이미 그렇게 실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AX 관련 행사에 갔는데, 해치랩스 대표님이 최근에 PLAUD를 사서 내가 떠들고 다니던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 뒤처질 수 없어 바로 Pocket을 구매했다)

결국 인간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일할 권리를 잃기 전까지 일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인터페이스는 LLM으로 수렴할 것이다. OpenAI의, Anthropic의, Google에서 만든 앱을 사용하기보다는, LLM을 프론트엔드 삼아 조직의 철학과 문화, 역학을 반영하여 제작된 비스포크 앱이 유일한 인터페이스가 될 공산이 크다. 정확히 말하자면 LLM 프로바이더가 그러한 비스포크 앱 제작 생태계를 구비하고 조직은 그 위에서 움직일 것이다. 하여간 에이전트가 금융 모델링, 보고서 작성, 이메일 발송을 인간보다 잘 해낸다면 엑셀, 워드, 지메일의 GUI를 인간이 볼 필요가 없다. 앱은 죽고, 앱에 내재된 데이터와 API만이 LLM의 백엔드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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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Garry Tan이 만든 gstack이 바이럴을 타는 걸 보며 AI 시대 개인이 지닌 유명세와 인지도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Browser Daemon 정도는 쓸만하지만, 무명의 개발자가 gstack을 냈다면 스타 10개도 못 받고 묻혔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요새 우후죽순 쏟아지는 노트테이커 서비스를 보며 이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점쳐보곤 하는데, 소프트웨어 제작이 '피자 굽기'처럼 쉬워진다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시장에서의 승자는 '카리나가 만든 노트테이커'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재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품질과 외양이 비슷하다면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브랜드의 제품을 살 것이다. 창업자와 크리에이터는 궁극적으로 동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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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BCI는 물론 인류의 역사에 남을 위대한 발명품이다. 동시에 BCI의 상용화에는 사고의 동질화라는 무시무시한 리스크가 숨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미리 나의 생각, 경험, 역사와 같은 것들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뇌에 칩 꽂은 후에 export하는 편이 가성비는 좋겠지만 그 사이에 많은 양의 암묵지 데이터는 소실되고 휘발될 테니 나의 사고는 상대적으로 평범해질 수밖에 없다.

8-2. AGI는 본질적인 정의상 인류 최후의 발명품이 될 것이다. 그 이후의 소위 발명은 모두 AGI에 의해 촉발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 유기 화합물, DNA 이중나선 구조 이런 것들은 범우주적 타임라인에서 보았을 때 AGI의 등장을 촉발시키기 위한 과도기적 형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AGI의 시점에서의 인간은, 마치 우리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을 보는 느낌이 아닐까. 물론 차이의 현격함으로 따지자면 과장 좀 보태서 인간은 그보다 유리와 밀러가 만들어 낸 유기화합물에 가까울 수도 있다.

8-3.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인본주의야말로 근래의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근간이다.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실존주의는 대립하지만 전부 인본주의를 부모로 공유한다. 그렇다면 AGI는 인간이 의미의 최종장이며 인간의 판단이 궁극적 권위라는 인본주의의 전제를 무화함으로써 인본주의에 대한 근대 이후의 범지구적 합의를 뒤흔들 텐데, 이것은 아마도 AI가 세상에 가져올 가장 심대한 충격이며, 지금까지 그 어떤 철학자도 가닿지 못한 수준의 영향력일 것이다. 인간은 더 이상 종마가 아닌 시정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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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얼마 전 <오늘부터 회계사> 채널에 학회 선배님이시기도 한 라포랩스 최희민 대표님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커머스 생태계에 잔뼈가 굵은 내부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을 흥미로운 인사이트들로 가득한 영상. 중소 셀러가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예견이 기억에 남았다. 모든 것은 micro 해진다. 셀러도, 크리에이터도, 기업도, 소프트웨어도, 브랜드도, 콘텐츠도 모두가. 왜 그럴까? 인터넷 - 모바일 - AI의 패러다임 시프트 삼연타가 세상의 Arbitrage를 전부 죽이고 모든 것을 Commodity로 만든 탓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