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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뉴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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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SI#외주개발#소프트웨어

전통적으로 SI(System Integration)는 전혀 섹시한 비즈니스가 아니었다. 개발자 입장에서 삼성SDS, LG CNS, 현대오토에버 등의 SI 회사들의 경우 '아주 unsexy하지만은 않은' 회사로 받아들여지기는 했으나 딱 그 정도였다. 까놓고 말해 일류 개발자가 SI 회사를 갈 유인은 전무했는데, 대기업 중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몰로코, 두나무, 센드버드가 그들에게는 모든 면에서 우월한 선택지였다. 렌즈를 조금 더 가까이 들이밀어 '외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정의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외주 개발은 뭐랄까, 제대로 된 직업 취급을 받기조차 어려웠다. 진짜 직업을 가지고 많은 돈 벌기에는 실력이 부족한 이들이 혼자 혹은 삼삼오오 모여서 시간 갈아 넣어 가며 투입 시간 대비 적은 돈을 가져가는 작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탓이다. 실제로 부트캠프를 갓 마친 개발자들이 실력도 늘릴 겸 얼토당토않게 적은 돈을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봐오기도 했었고.

그런데 요새 시대가 바뀌었음을 느낀다. 그 말인즉슨 외주 개발과 SI라는 업태 자체가 조금씩 섹시해지고 있다. 최근 아마존 셀러 대상 플레이에 집중하는 탓에 하입(hype)이 조금 가라앉긴 했다만 달파(Dalpha)가 포문을 열지 않았나 싶다. 물론 달파가 없었더라도 당도할 미래였겠지만 그들은 분명 대표성을 띤다 - 마치 스테픈 커리가 없어도 3점 슛의 시대는 도래했겠지만 그가 패러다임을 상징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ChatGPT 신드롬을 전후하여 서울과고-서울대 공대 출신의 엘리트들이 수백억의 돈과 서울대 컴공/전정 출신의 뛰어난 개발자들을 온통 끌어모았고, 이것은 한국 스타트업 씬에 최초로 등장한 섹시한 외주 개발사였다. (다만 달파는 엄밀히 말하면 '기업용 다이소'라는 포지셔닝에서 알 수 있듯이 SI가 아니긴 하고 점점 더 non-SI의 방향으로 몸을 옮기는 듯 보이는데, 후술하겠지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달파가 유일한 플레이어였다면 구태여 '파도'라는 단어를 써가며 명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량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으나 최근 창업 관련 네트워킹 행사에 가면 '외주 개발 프리랜서로 일한다', '다른 회사에 에이전트 만들어주고 있다', 'SI 쪽으로 창업했다'라는 류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최소 설카포 심지어는 아이비리그에서 CS를 전공한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트렌드에 가깝게 외주 개발의 업태가 증가하고 있음은 분명 특기할 만하다. 외주 개발은 가장 똑똑한 개발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하곤 하는 삶의 행로가 아니었던 탓이다. 비단 한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 요새 영어권 테크 밈 계정 보면 창업가들이 죄다 'B2B AI SaaS'랑 'AI Agent for sth' 만든다고 은근히 조롱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제법 자명해 보인다. 첫째로 특히 AI가 적용된 서비스와 관련하여 외주 개발의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는데 공급 조달에 병목이 없으니 자연히 공급은 증가한다. AI에 의한 생산성 증가에 FOMO의 레이어가 덧씌워져 수많은 레거시 내지는 non-tech 조직들이 AI에 목말라 있는데, 아무래도 '일반' 개발보다 내부 리소스로 쉬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탓에 외주를 맡기는 비율이 높다. 이것은 달파가 태초에 출발한 바로 그 지점이다. 둘째로 Cursor, Replit, Lovable로 대표되는 AI Dev Tool 덕분에 외주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클라이언트는 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에 바로 이 지점에서 Arbitrage가 발생한다. 수요가 급증하는데 심지어 동일한 단위의 재화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도대체 이만한 꿀통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비즈니스가 영속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내 생각에 상기한 두 요인 모두가 위태롭다. 첫 번째 요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물론 AI가 적용된 제품, 서비스, 내부 툴 등의 수요는 거진 영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AI 서비스 수요의 증가와 AI 서비스 외주 개발 수요의 증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AI 서비스 개발 태스크를 비용도 더 들고 보안 우려까지 존재하는 외부 팀에게 맡기는 이유는 심플하게 내부에 적절한 capa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부 capa와 리소스가 충분하다면 구태여 외주를 줄 이유가 전무하다. 개발은 민주화되고 있고 바이브 코딩의 잠재력은 내 생각에 아직도 저평가되어 있으며, Abstraction이 점차 강해짐에 따라 자연어와 코드가 만나는 지점이 점차 High-level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최근의 추세로 미루어 보아, 지금은 AI 서비스를 개발할 능력이 없는 조직원들이 몇 년 내에 AI 서비스를 뚝딱 개발할 수 있게 되는 미래가 도래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현저히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조직원이 개발자라면 더더욱. 따라서 시장 사이즈에 관여하는 두 변수 중 하나(AI 서비스 수요)는 우상향하고 하나(외주 비율)는 우하향하는 꼴인데 후자는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 전체 시장을 장기적 관점에서 우하향한다고 간주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겠다.

두 번째 요인도 문제다. 문제는 Arbitrage의 파괴에 놓여 있다. Tech-savvy하지 않은 클라이언트가 '꿀통'의 존재를 아는 것도 다가올 미래 중 하나겠지만 그것만이 Arbitrage의 파괴를 촉발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훨씬 가능성이 높고 예상컨대 이미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미래는 공급의 폭증이다.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가격이 하락할 것임은 초등학생도 알만한 인과 관계다. 여기서 문제는 외주 개발-SI라는 업태 자체가 아무리 AI를 붙인다 한들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일 테다. 그렇다면 Commoditization이 발생해 이익이 감소하는 것 또한 구태여 경제학 교과서를 펼칠 필요 없는 자명한 흐름인데, 실제로 삼성SDS와 LG CNS가 그룹사의 조 단위 수요를 홀로 흡수하고 있음에도 영업이익률 10%를 넘지 못하고 맴돌고 있음은 이를 방증한다. AI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를 클라이언트에게 점점 더 많이 share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Commoditization의 거대한 흐름에서 최근 많이 보이는 솔로프리너 내지는 적은 인원으로 움직이는 팀은 특유의 기민함에도 불구 살아남지 못할 공산이 크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로부터 작고 소중한 외주 개발 크루를 차별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포인트는 도메인 특화 트랙 레코드, 높은 신뢰성, 보다 앞쪽의 전략 단으로의 확장 정도일 텐데 이것은 소규모의 팀으로서 가져가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이점이다. 아니면 아예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수요를 학습하고 SaaS Aggregator가 되는 방법도 있을 터인데 (이런 접근 방식을 취하는 인상적인 팀을 최근에 본 기억이 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SI라고 말하기 어려워서 제외.

그런데 달리 말하자면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게임의 규칙이 다시 쓰이는 지금의 형국은 전례 없는 거대한 기회이기도 하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기존 SI 기업 대비 비용 측면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달성한다면? 그리고 작게 시작하여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감으로써 상기한 차별화 포인트를 하나하나 정복한다면? 어쩌면 이것은 Next 삼성SDS와 Next LG CNS를 탄생시켜 수십조 원짜리 시장의 파이를 먹을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크게 보자면 Next IBM과 Next Accenture가 이미 샌프란시스코 모처에서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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