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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당근일지 EP.04
시작하며
2025년 2월 10일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3주 간의 기록. 진작에 반환점을 돌고 이제는 인턴 황혼기에 접어든... 가족과 후쿠오카도 다녀오고 다음 학기 활동하게 될 새로운 동아리 OT에서 (아무래도 I로서 제법 버거운) 6~70명의 사람들과 교류하였고 동아리 활동이 시작되었으며 크로스핏에의 본질적 흥미를 되찾는 등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역시나 삶에서의 가장 큰 portion을 차지했던 당근.
새학기 알바
어느 시장이 안 그러겠냐마는 구인구직 시장에는 시즈널리티가 강하게 개입한다. 자세한 내막을 밝힐 수는 없겠으나 직관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하자면 눈 내리는 겨울에는 제설 관련 구인글이 많이 올라오고, 더운 여름에는 에어컨 설치 / 필터 교체 관련 구인글이 많이 올라오는 식이다. 특히나 이웃 간에 할 수 있는 Light한 알바를 주선할 수 있는 독특한 지점에 위치하는 당근알바의 특성상 타 플랫폼보다도 시즈널한 요소에 민감한데, 그래서 해당 시즈널리티에 발맞추어 프로모션/마케팅성 캠페인을 쉴새없이 진행한다. 1월 중순에는 설날을 컨셉으로 잡아서 진행했고, 설날 프로모션이 종료된 후 2월 중순부터는 새학기 프로모션이 시작되었다. 대학생들의 개강 시즌에 맞추어 여러 세대를 '새학기 새출발' 컨셉으로 묶는 프로모션.
외람된 이야기지만 상기한 컨셉을 포함해 프로모션 곳곳에 녹아든 마케터 분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Ideation 능력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최고의 마케터는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이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AI보다 똑똑하시다 확실히.
그래봤자 설날 시즌에 했던 일들의 반복 및 수정에 지나지 않으리라 조심스레 추측하였고 실제로도 그러하였지만 여기서 수정이라 함은 예상 외로예측된 규칙성과 얼마 없는 온보딩의 밖에 존재하는 일이었고 어김없이 실수 연발이었다. 심지어 내 전임자였던 인턴이 불과 세 달 전 맡았던 유사한 일에서도 정확히 동일한 실수가 발생했다고 하니 마케팅 팀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그런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슬랙이며 노션이며 히스토리를 뒤져봤음에도 그 어디서도 관련 히스토리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동시에 누구에게도 전달받지 못했던 나로서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 물론 어느 기업이든 어느 팀이든 이와 같이 불완전하게 처리되는 일이 있음은 마찬가지일 테고 그 위대한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기업에서 일한다 한들 어떤 지점에서는 그러할 것이다. 애초에 트위터의 인수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보자면... 올바른 온보딩, 올바른 리딩, 올바른 히스토리 관리, 올바른 위임이란 무엇일지에 대한 생각을 덕분에 많이 했다. 역시 성공보다는 실패(실수)에서 배우는 게 많고 로켓에 탑승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 추락하는 로켓을 우주로 보내는 게 직빵이다. 각설하고 이와 관련해서는 존경하는 쏘카의 박재욱 대표님의 최근 글에서 인상깊은 문장을 보아 인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케일이 커진 회사가 잘 굴러가려면 위임을 잘 해야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의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위임이라는건 언제 어떻게 가능할까'에 대한 고찰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위임을 한다고 하면 어떠한 업무를 특정 사람에게 맡겨두고 신경쓰지 않는다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틀린 생각입니다. 위임이 잘 되었다는 것은 어떠한 업무를 특정 사람에게 맡기되 압축되어 보고되는 정보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내용을 파악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압축되어 올라오는 정보만을 가지고도 충분한 내용 파악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업무에 대한 디테일을 끝까지 파고 들어 파악한 리더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디테일을 파악하고 있는 것과 위임을 하는 것이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반대로 디테일을 파악하고 장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위임을 할 수 있다 믿습니다. 리더가 디테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하고 있을 때 비로소 어떤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그 이후에 압축되어 올라오는 정보만을 가지고도 올바른 의사결정을 통해 그 업무를 더 강하게 추진하도록 만들거나 혹은 반려시켜 헛된 시간과 노력을 쓰지 않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출처: jakepark.co/154 [Jake Park:티스토리]
다행히도 마케팅 팀 쪽에서 새학기 알바를 메인으로 담당해주셨던 R이 나의 부족함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셨고 (설날에 협업했던 W 또한 그러하셨듯) 온갖 불찰에도 오히려 감사와 세심한 존중을 표해주신 덕분에 어찌저찌 잘 나갔다. 아직도 managing해야 할 영역들이 산더미지만... 그럼에도 새학기 알바를 준비하며 불안핑으로서 살았던 2주간 내게 찾아온 불안감의 수준은 필요 이상임이 자명했기에 역시나 철저히 이기적인 관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불안과 공포는 결국 미지로부터 출발하기에 많은 미지가 기지(機智)의 영역에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 이전에 도파민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도 새삼 느꼈다. 오래 살아야 되니까... 지금의 스트레스가 삶의 마무리를 얼마나 앞당겼는지 모르니 역시나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원앤온리 문화의 날
당근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시길 당근 최대 복지는 무제한 식대도 25일의 연차도 스낵바에 넘쳐나는 블랙보리 하늘보리 옥수수수염차 전부 아니고 무엇보다 문화의 날이랬다. 문화의 날이라 함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진행되는 행사로, 보통은 교류하지 않는 다른 팀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조를 이루어 함께 모종의 활동을 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그런 시간. 활동비와 식사비로 두당 10만원씩 주고 그 안에서 사용은 자유다. 10만원짜리 오마카세를 먹어도 괜찮고, 7만원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체험하고 3만원짜리 밥을 먹어도 괜찮다. 추가금이 발생하면 사비로 부담해도 무방. 12월은 크리스마스라서, 1월은 설날 연휴라서 두 번의 문화의 날을 건너뛰었으며 계약 종료가 3월 중순인지라 3월 문화의 날에 참석할 수 없는 탓에 2월 문화의 날이 당근 인턴 경력을 통틀어 참여 가능한 유일한 문화의 날이었다.
활동 이 주 전부터 매력적인 활동들이 계속해서 슬랙 채널에 올라왔고 선택장애를 타고난 나는 소위 '비서 문제'로도 유명한 최적 멈춤 이론(Optimal stopping theory)을 실생활에 적용하고자 마음먹었다. 최적 멈춤 이론의 요지는 순차적으로 n개의 선택지가 제시되고 이후의 선택지를 모른 채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할 때, best option을 선택할 수 있는 확률을 최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체의 약 37%(이 값은 n이 커질수록 반올림해서 37%인 어떤 값에 수렴한다)에 해당하는 전반부 선택지를 모두 패스한 후, 패스한 선택지 중의 best option보다 좋은 선택지가 등장하는 즉시 그것을 선택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문화의 날은 n개의 옵션이 순차적으로 업로드되긴 하나 그 중 마감되지 않은 m개의 옵션을 저울질할 수 있기에 최적 멈춤 이론을 완벽히 적용할 수 있는 케이스는 아니긴 하지만 어쨌건. 예전부터 우스갯소리로 떠들고 다녔던 use case '결혼 상대 정하기'보다는 훨씬 적용하기 좋다. 보통 문화의 날마다 80개 언저리의 글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했고 대략 30개를 넘긴 후 탐색을 시작하겠노라 마음먹었다.
30개를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는데 여하튼 못 지켰다. FOMO 앞에서는 수학이고 뭐고 의미없다. 100명 줄세워서 걸그룹 이상형 월드컵 하는데 안유진이 37번 이전에 등장한다고 해서 넘기면 바보다. 종종 라운지에서 마주치던 피플팀 분(들)이 보컬 트레이닝 체험 및 저녁식사 팟을 열었는데, 코노도 종종 가고, 평소에 보컬트레이닝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터라 - 그러나 내돈내산으로는 딱히 생각이 없었던 터라 혹시 마감될까 부리나케 신청했다. 인당 5만원의 레슨을 받고 남은 돈으로 고기를 먹는 끝내주는 플랜. 실제로 금방 마감되더라.
보컬 트레이닝을 바로 받으면 어색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확실히 많이 어색하긴 했을 게다) 가기 전에 한시간 짬을 내 회사 근처 코인 노래방에 갔다. 여덟이 모였기에 넷 넷으로 나누어 일단 들어갔는데 I들로 가득한 우리 방은 조용히 발라드를 부른 반면 옆방은 <버스 안에서>부터 시작했더랬다. 그러고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는데 3~40분은 트레이너 분께서 발성 기초를 한꺼번에 가르쳐주시고, 이후 약 10분씩 무반주로 신청곡의 1절을 부르며 1:1로 코칭을 받는 형식. 다른 사람이 코칭을 받을 때 솔직히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었고, 결국 1 on 1 피드백을 받는 건 8명이 간 탓에 어쩔 수는 없었겠다만 10분에 불과했기에 가성비가 좋지는 않았다. 생돈 나갔으면 억울할 뻔했는데 회사 돈이니까.
보컬 트레이닝 받고 근처 맛있는 고깃집에 가서 맥주 한잔 곁들여 식사를 한 후 (고기굽기 대결을 했는데 완패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컬 트레이닝 효과를 느낄 필요가 있겠다며 코노로 향했다. 코노 - 보컬트레이닝 - 식사 - 코노의 스케줄이면 아이돌 연습생 혹은 실용음악과 준비생의 그것에 가까울 게다. 보컬 트레이닝은 죄다 발라드로 받아놓고 술 한잔 하고 코노에 가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컬 트레이닝과 하등 무관한 곡들만 골라서 부르는 것이 아주 웃겼다. 빅뱅 노래로 포문이 열렸고 싸이, 동방신기, 다비치,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등을 경유해 다시 빅뱅에 도착했다. 5명 이상의 인원이 함께 노래방에 간 것은 고등학생 이후 처음이지 않았나 싶은데(라는 문장을 적으며 곱씹어보니 당장 작년 솔드아웃 회식할 때 10명 넘게 노래방에 갔었고 등떠밀려 <사랑앓이>를 불렀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당근 입사 후 가장 재미있는 날이었다. 그날 하루만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기야 어렵겠다만 오며가며 인사만 해도 반가우니 그게 어딘가. 원래 문화의 날이 이렇게 재미있는 행사인가 하고 삼 개월의 인턴 중 문화의 날에 한 번밖에 참여하지 않는 불행에 더욱 큰 비통함을 느끼려 하고 있었는데 당근 n년 다니신 분들도 이 정도로 재밌었던 적은 없었다기에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셀프 레임덕
다시 부정적인 얘기로 흘러가는데 특히나 PM 인턴에게 3개월은 짧아도 너무 짧다. 사실 중요하거나 재미있는 일들은 대부분 (중)장기적이다. 큰 문제는 하루아침에 뚝딱 풀리지 않는 법이기에. 그러니 (중)장기적 이니셔티브에 개입하는 것을 누구도(나조차도) 원치 않고 그것은 애초에 이상한 일이다. 3월에 퇴사하는데 5월까지 준비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니겠는가? 말하자면 셀프 레임덕이 왔다. 애초에 lame해질 만큼의 권력 내지는 권한을 가지지 않았던 터라 디모티베이션이라는 단어로 치환이 더욱 적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보다 본질적 한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지만 내게는 반환점으로도 기능했던 설 연휴를 기준으로 보자면 이전과 이후의 모티베이션 레벨이 현저히 달라졌음을 체감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턴의 퍼포먼스는 두 개의 시간-능률 함수의 합(또는 곱?)으로 결정되는데 하나는 조직 적응도 및 이해도와 비례하기에 대략 로그함수 내지는 무리함수의 형태를 띌 것이고, 하나는 위에서 이야기한 '셀프 레임덕'의 맥락으로 남은 기간과 비례하기에 이는 우하향하는 개형일 테다. 그러니까 기간이 충분히 길다면 종료 직전까지 Plateau라 할만한 것이 생기는 구조다. 그렇지만 3개월 인턴이라면 Plateau가 아니라 '극댓값' 정도일 테다. 다시 말해 전반부는 서비스와 회사의 맥락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 병목을 만들고, 후반부는 내 일이 아닐 것들에 대한 책임감의 감소가 병목을 만들기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 기회가 3개월짜리 인턴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온보딩의 역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여기 내가 '온보딩의 역설'이라 부르고만 싶은 산식이 있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조직이기에 특히나 계약직인 인턴의 채용에 있어서는 ROI를 철저하게 따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기간 내 해당 피고용인이 만들어내는 성과의 총합이 Return에 해당할 것이고, 지급되는 급여와 그/그녀를 직무와 조직에 녹아들게 만듦으로써 성과를 배가시키기 위한 소위 온보딩 작업에 필요한 팀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Investment에 해당할 것이다. Return = p(Time unit당 성과) * t(계약 기간) / Investment = w(Time unit당 급여) * t + O(t) (온보딩 인풋 - 이것은 이후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확실히 시간의 함수다)이라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ROI = pt / (wt + O(t))인데, 편의상 w/p = A, O(t)/pt = B라 하면 ROI = 1/(A+B)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A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러 변인을 통제하여 개별 피고용인에 부여되는 상수라고 단순화한다면 결국 ROI는 B = O(t)/pt에 달려있다. B가 커질수록 ROI는 낮아지고 B가 작아질수록 ROI는 높아진다. 그런데 O(t)는 내 생각에 우하향하는 함수다. (물론 점근선이 있긴 할 거다 - 오래 다녀서 다니며 배우는 것들이 아무리 많다 한들 그리고 그것을 아무리 중요시한다 한들 최소한의 온보딩은 필요하니까) 다시 말해 회사에 다니는 시간이 짧을 수록 동일한 수준의 생산성을 내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하고 상세한 온보딩이 필요하다. 그러니 t가 작아질수록 분수의 무게중심은 대가리로 쏠리고 ROI는 낮아진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brilliant한 사람을 뽑아 온보딩을 최소화하고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이 가장 확률 높지는 않겠지만 가장 이상적인 전략일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계획된 무관심. 이건 적어도 스타트업에서는 전략이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다. 컨설팅의 RA가 딱 그런 케이스일텐데, 본질적으로 스타트업 직무들에 비해 온보딩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에 취할 수 있는 전략이겠다.
물론 산식에 포함될 수 없는 중요한 팩터가 있으니 이상한 사람이 찾아왔을 때의 리스크다. 당근이 아무리 채용 허들이 높은 회사라지만 회전율이 중요한 인턴에 대해서도 그만큼의 허들을 고수하지는 않을 터이고(그랬다면 나는 애초에 떨어졌을 테다) 프로세스를 거친다 한들 Interviewer는 불완전하고 Interviewee는 가면을 쓸 수 있기에 기대와 실제의 간극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그랬을 때 6개월, 혹은 1년을 일할 사람을 구한다면 꽤나 risky하다. 그래서 3+3, 3+6과 같은 연장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긴 한데, 상기한 ROI와 리스크라는 trade-off 사이에서 과연 어느 쪽이 실제 우월전략일지는 잘 모르겠다.
AI, AI, AI
당근에서 짧게나마 일하며 가장 좋은 점은 모바일 이후 가장 거대한 파도인 AI에 대해 정말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지니고 있는 인사이트와 고견을 리터럴리 코앞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겠다. Weekly 전사 미팅을 보통은 내 일하느라 바빠서 스킵하든가 Zoom에 접속만 해놓고 이어폰 끼고 라운지에서 라디오처럼 듣든가 했는데 AI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사 미팅에서 쏟아져 나오는 요새는 너무 유익하고 재미있어서 오프라인으로 참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AI 시대에 AI 기업(정확히 말하면 AI를 '이용'하는 기업)을 창업하려는 사람으로서 미래 사회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AI의 Use Case에 대한 사고실험을 계속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데, 나보다 AI에 대한 이해가 깊고 똑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고실험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당근을 떠나면 이게 제법 그리울 게다.
2025년 들어서는 아무리 일과 삶을 분리해서 본들 AI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덩어리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근래 들어 AI에 대해 많고 다양한 생각 / 인사이트 / 공포 / 불안 등이 빠르게 찾아오고 있는지라 별개의 글로 정리하고 싶긴 한데, 당근의 맥락에만 적용하더라도 재미있는 생각들이 많이 떠오른다. 실제로 슬랙 채널을 엿보다 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액션들이 이미 진행 중이기도 하고. 요새 당근 그리고 당근알바의 피드를 주욱 둘러보고 있다 보면 AI가 '목적형 탐색'과 '발견형 탐색'의 역학을 미래에 어떻게 바꿔놓을까 하는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 목적형 탐색 내지는 검색의 병목은 ChatGPT가 구글보다 편한(아직까지 '우월한'이라 이야기하기엔 망설여진다) 검색 경험을 선사하듯 개선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데 목적형 탐색이나 검색을 '당근'에서 해야 할 이유가 이제는 존재할까? Perplexity만 봐도 이미 당근 글들을 잘도 끌어온다. 한편 목적형 탐색이 효율화된다면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니 발견형 탐색 어쩌면 유흥형 탐색의 시간이 늘어날텐데 그렇다면 소위 'Information aggregator' 모델에 해당하여 탐색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후자에 집중해야 하는 걸까? Gamification이 다시 유행이 되는 것일까 - 설마 올웨이즈는 여기까지 내다봤나? 발견형 탐색은 CTR이 상대적으로 낮을텐데. 그러면 퍼포먼스 마케팅은 어떻게 변화하려나?
작가의 말
당근은 교보타워 10층부터 12층까지 세 개의 층에 세들어 살고 있는데 교보타워의 엘리베이터 capa는 입주사의 개수와 높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에 다른 층에서 일하는 팀과 협업할 때 혹은 회의실이 꽉 차 다른 층 회의실을 부득이하게 써야 할 때에는 계단을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계단을 처음 이용했을 때 정말로 깜짝 놀란 점은 교보문고 냄새가 코끝을 찌를 정도로 강하게 난다는 거다. 도대체 교보문고는 어떻게 향을 '살포'하는 걸까? 스프링쿨러 비슷한 시스템이 있으려나? N의 상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아서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HCN 같은 것을 교보문고 스프레이액 대신 넣어놓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