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적시장 종료희망사항(좋아요 500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링크드인에 작성한 글이 나쁘지 않게 퍼졌고, 덕분에 8월 둘째 주 이후로 백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9월에 들어서 약속이 줄어들고 이제야 숨을 돌리는 참인데, 하필 그제야 날씨가 선선해지니 참으로 얄궂은 노릇이다. 주말과 예비군 훈련일을 제외하고 매일 적게는 두세 명, 많게는 대여섯 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났으니 뜨기 전 리센느 정도는 됐을 것이다(별개로 링크드인 글 처음에 안원잘부 채널명 패러디를 했는데 누구도 언급하지 않아 내심 아쉬웠다. 사업을 하면서 연예계 이슈를 팔로업하기란 역시 어려운 걸까).…다음 배역 고르기언젠가 운명은 우연의 연쇄에 불과하다는 문장을 떠올리고 자랑스레 가치관의 일부로 삼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허구한 날 운명을 입에 올리며 모든 일의 경과를 운명의 탓으로 환원하려는 이들을 비과학적이라고, 보다 정확히는 '결정론적 변명을 통해서 자신들의 완전한 자유를 자신들에게 숨기려고 하는 사람(사르트르)'이라 치부했었다. 그러나 운명이 우연의 연쇄라면 틀림없이 우연은 운명의 연쇄다. 우연을 구성하는 인간의 사고, 행동과 환경의 작용을 모두 물리적 작용의 단위로 해부할 수 있다면, 그것의 총합에 해당하는 사건 속에 의식의 특권적 지위를 남겨야 할 이유는 무엇이라는 말인가.…26년 4월의 생각들소위 사업이라 칭할 만한 것을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는 달에 큰 변화가 여럿 있었다. 관리하던 크리에이터의 이탈 신호로 말미암아 비즈니스 모델을 재고하게 되었고, 이것이 근본적 원인은 아니었으나 여하튼 이로부터 촉발된 상황에 의해 1년간 함께한 코파운더 H와 갈라서게 되었다. MCN의 본질은 소통 대행과 편리함 증대(비타민)에 놓여있겠거니 넘겨짚었는데, 사실은 수익 증대(페인킬러)와 훨씬 밀접함을 간과했다. 그러다 보니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우리 서비스는 싸고 편리한 MCN이 아닌 영업도 못하고 커버리지만 넓은 플랫폼에 가깝게 인식되었고, 10% 수수료가 비싸게 다가옴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26년 3월의 생각들첫 매출을 냈다. 법인을 세운 지 두 달 반, 공동창업자 H와 팀을 처음 꾸렸을 적으로부터 일 년이 지나기까지 약간 모자란 시점이었다. 젠슨 황 아저씨는 창업하고 첫 매출을 낼 때까지 3년인가 걸렸으니 내가 이긴 셈이다. 법인통장에 입금된 100만 원을 보는 순간 그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그럴 줄로 알았건만 생각보다 무덤덤한 나 자신에 놀랐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니 작다면 작은 첫 매출이 참 사랑스럽고 뿌듯해졌다. 지금까지의 사업은 일정한 속도로 밥값과 AI 비용을 축내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를 처음으로 유의미하게 늦출 수 있음에 감회가 새로웠다.…센티멘탈 밸류와 햄넷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작이기도 했던 〈센티멘탈 밸류〉와 〈햄넷〉은, 상업영화가 아닌 오스카 후보작답게 국내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두 편의 탁월한 영화는 굉장히 유사한 주제를 다루며 함께 공명한다. 일에 깊이 파묻혀 제멋대로인 예술가 남성이 주인공이고, 이로 인해 육아의 책임은 오롯이 아내에게 전가되며, 이와 같은 아버지의 무심함이 직간접적 원인이 되어 자식에게 비극이 발생함에 따라 부부 간 불화가 촉발되고, 그러나 아버지-남편이 파묻혀 살던 예술은 가족에 대한 속죄이자 치유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돋보기를 들이밀어 보자면 수많은 화소를 공유하는 두 편은 각기 상이한 방식으로 탁월하다.…